빈 그릇에서 배운다
이 가을 들어 나는
빈 그릇으로 명상을 하고 있다.
서쪽 창문 아래 조그만 항아리와
과반을 두고 벽에 기대어
이만치서 바라본다.
며칠 전에 항아리에
들꽃을 꽂아 보았더니
항아리가 싫어하는 내색을 보였다.
빈 항아리라야
무한한 충만감을 느낄 수 있다.
텅 빈 항아리와
아무 것도 올려 있지 않은
빈 과반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마음도 어느새 텅 비게 된다.
무념무상, 무엇인가를 채웠을 때보다
비웠을 때의 이 충만감을
진공묘유眞空妙有라고 하던가.
텅 빈 충만의 경지이다.
빈 그릇에서 배운다.
진심을 말하라. 성내지 말라.
조금 있더라도 청하는 사람에게 베풀어라.
이 세 가지에 의해 그는 신들의 곁으로 가리.
- 담마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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