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법정

빈 그릇에서 배운다

마르티노 2023. 5. 6. 10:39
 
빈 그릇에서 배운다
이 가을 들어 나는 빈 그릇으로 명상을 하고 있다. 서쪽 창문 아래 조그만 항아리와 과반을 두고 벽에 기대어 이만치서 바라본다. 며칠 전에 항아리에 들꽃을 꽂아 보았더니 항아리가 싫어하는 내색을 보였다. 빈 항아리라야 무한한 충만감을 느낄 수 있다. 텅 빈 항아리와 아무 것도 올려 있지 않은 빈 과반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마음도 어느새 텅 비게 된다. 무념무상, 무엇인가를 채웠을 때보다 비웠을 때의 이 충만감을 진공묘유眞空妙有라고 하던가. 텅 빈 충만의 경지이다. 빈 그릇에서 배운다.
 
진심을 말하라. 성내지 말라. 조금 있더라도 청하는 사람에게 베풀어라. 이 세 가지에 의해 그는 신들의 곁으로 가리. - 담마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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