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2) 76

두 손 아닌 두 발이 그린 그림

3. 시련을 딛고 두 손 아닌 두 발이 그린 그림 - 오순이 당신은 자신이 언제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선택할 수 없다.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것이다. - 존 바에즈 걸음을 배우고 앞뒤 없이 돌아 다닐 세 살 무렵 나는 집 앞 철길을 겁 없이 혼자 건너다 사고를 당해 그만 두 팔을 잃었 다. 사고 후 곧장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사들이 하는 말은 한결같았다. "가망이 없습니다. 다른 병원을 찾아가십시오." 어머니는 의식을 잃은 나를 업고 뛰어다니다가 겨우 도립 병원에 나를 눕힐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나는 기적적으 로 소생의 울음을 터뜨렸다. 병원 생활 후에는 장장 3년이란 시간을 어머니 등의 땀 냄 새를 맡으며 업혀 다녀야 했다. 내 치료비 때문에 농사를 짓 던 우리 집..

작은 이야기(2) 2023.10.25

창 밖에 사슴이

3. 시련을 딛고 창 밖에 사슴이 - 백명희 당신은 자신이 언제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선택할 수 없다.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것이다. - 존 바에즈 봄 학기 첫 강의 시간이었다. 교실에 들어가 강의를 시작하 자마자 '똑딱똑딱' 하는 소리가 신경에 걸렸다. 하던 말을 그 치면 그 똑딱거리는 소리도 멈췄다. 아주 기분 나쁜 강의 시 간이었다. 다음 주 또 그 시간이 되었다. 교실에 들어가 막 수업을 시 작했는데 교실 앞문으로 뒤늦게 들어오던 한 학생이 마침 비 스듬히 놓인 책상 모서리에 부딪쳐 넘어지려는 순간, 둘째 줄 에 앉은 학생의 재빠른 도움으로 용케 넘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 광경을 보고 강의실 가득히 앉았던 학생들 중 누 구 하나 웃지 않는 게 참으로 이상하게 생각되..

작은 이야기(2) 2023.10.24

행복한 여인

3. 시련을 딛고 행복한 여인 - 김영숙 당신은 자신이 언제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선택할 수 없다.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것이다. - 존 바에즈 "행복해야 해." 이 말밖에는 아무 말도 해줄 수 없었다. 친구는 대기실에서 울고 있었다. 지나 온 설움에 북받쳐서인지 앞날의 축복에 격 려해서인지 친구는 눈물을 글썽였다. 아버지를 대신한 이모 부 손에 이끌려 그녀는 식장으로 들어왔다. 그녀를 아는 많은 사원들과 친지들의 한없는 축복이 그들의 눈에 담겨 있었다. 그녀는 웨딩 마치에 맞춰 사뿐사뿐 걸어 들어왔다. 하얀 드레 스를 입은 그녀는 나비처럼 보였다. 촛불은 소리 없이 타올랐 다. 가여운 친구. 난 그만 주례사를 끝까지 듣지 못하고 나와 버렸다. 입춘이 훨씬 지났어도 콧등이 ..

작은 이야기(2) 2023.10.23

외톨이의 꿈

3. 시련을 딛고 외톨이의 꿈 - 김경훈 당신은 자신이 언제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선택할 수 없다.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것이다. - 존 바에즈 일곱 살 때 간암으로 아빠 엄마를 잃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20일 후에 아빠가 돌아가셨다. 어떤 사람들은 귀신이 붙었 다는 사람도 있고,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는 사 람도 있었다. 형제도 없는 나는 갈 곳이 없게 되었다. 친척들은 많았지만 누구도 받아 주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고아가 되어 버린 것이 다. 그러자 작은아버지가 나를 데려갔다. 나는 처음으로 서울 구경을 했다. 작은집도 가난해서 작은아버지, 작은엄마는 일 을 다니시고 사촌 형들은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집에 남는 사람은 나 혼자였다. 남의 집에 가면 ..

작은 이야기(2) 2023.10.22

조약돌 하나라도

3. 시련을 딛고 조약돌 하나라도 - 임옥숙 당신은 자신이 언제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선택할 수 없다.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것이다. - 존 바에즈 저는 햇수로 7년째 투병 생활중인 스물다섯의 여자입니다. 뭐라고 마땅히 이름붙일 것이 없어서 '투병 생활'이라고 억 지로 끌어다 붙이기는 했지만 그것은 사치스런 이름이고, 사 실 제 몸에서 정상인 신체 기관은 눈과 귀뿐입니다. 사고 때 뇌신경을 건드린 까닭에 언어 장애가 와서 의사 표시도 제대로 못하고,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신체적 이상이 찾아왔습니다. 사고 직후에는 안면 근육은 물론 전신이 마비되어 약 한 달 간 눈을 못 뜨고 누워만 있었습니다. 의식도 없는데 두 팔 로 허공을 부여잡고 몸이 자꾸 치솟아 간호원이 두 다리를 꽉..

작은 이야기(2) 2023.10.21

잊혀지지 않는 사연

3. 시련을 딛고 잊혀지지 않는 사연 - 임국희 당신은 자신이 언제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선택할 수 없다.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것이다. - 존 바에즈 이 편지는 지난 여름 장마철에 내게 온 편지 가운데 하나다. 나는 하루에 1천 5백 통에서 2천통의 편지를 받는다. 오늘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격는 모든 행복과 불행의 사연이 그 속에 담겨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잊혀지지 않는 사연이 있 어 여기에 소개한 것이다. (MBC 아나운서 임국희)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작은 이야기(2) 2023.10.20

가난을 이기고 난 선수들

3. 시련을 딛고 가난을 이기고 난 선수들 - 서영무 당신은 자신이 언제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선택할 수 없다.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것이다. - 존 바에즈 시합 종료를 알리는 사이렌이 길게 울렸다. 1971년도 제26 회 청룡기 야구 대회에서 그 당시 내가 맡고 있던 경북고가 난 적 경남고를 물리치고 감격의 우승을 차지한 순간이다. 기쁨 에 울먹이며 나를 헹가래치는 선수들. 나도 기쁨에 마냥 들떠 있었다. 그런데 한쪽 구석에서 들려 오는 어머니와 아들의 대 화가 내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발아. 발아. 니는 와 딴 사람보다 땀을 그리 많이 흘리노?" 우리 팀의 4번이고 우승의 공로자인 정현발 선수 어머니의 울먹이는 목소리였다. 현발이가 야구부에 모습을 처음 나타 냈을 ..

작은 이야기(2) 2023.10.19

작은 별

3. 시련을 딛고 작은 별 - 김경숙 당신은 자신이 언제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선택할 수 없다.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것이다. - 존 바에즈 "안녕하셨어요. 유 소령님?" 누운 채 손을 내밀어 때늦은 카드며 선물을 받아드는 유 소 령님의 눈에는 그렇게 봐서 그런지 쓸쓸함이 스쳤다. 내가 유 소령님을 처음 만난 것은 작년 2월 중순경. 군 계통 병원 근무를 하게 된 지 한 달도 못돼서였다. 토요일 오후, 일 직인 나는 병실을 차례로 돌고 있었다. 정형외과 D동 장교실 에 들어섰을 때 경환자들이 모두 주말 외출을 나가고 6인용 방에는 그분 혼자 계셨다. 장교실이라야 커튼을 하나 사이에 두고 외출이 금지된 사병 오륙십 명과 격리되어 있는 곳이지 만, 커튼과 계급이 주는 단절이란 ..

작은 이야기(2) 2023.10.18

인간으로 가는 길

3. 시련을 딛고 인간으로 가는 길 - 송신남 당신은 자신이 언제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선택할 수 없다.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것이다. - 존 바에즈 1966년 월남, '맹호 5호 작전'에 나는 통신병으로 참전했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 밀림 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투였다. 적탄에 하나둘 쓰러지는 전우들. 중대장은 분노의 울음을 엉 엉 울면서 전투 지휘를 하고 있었다. 밀림에서는 전파 방해를 심하게 받기 때문에 나는 무전기 의 안테나를 한껏 올리고 중대장의 뒤에 바짝 붙어 기고 있었 다. 그때, 갑자기 세상이 빙글 돈다 싶더니 나는 그대로 의식 을 잃고 말았다. 잠깐 의식이 들었을 때는 헬리콥터에 실려 후송되고 있는 중이었다. 적탄이 내 목을 관통한 것이다. 1년 동안의 병..

작은 이야기(2) 2023.10.17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3. 시련을 딛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 안정주 우리가 행하는 하루하루의 작은 일들이 우주의 전체적인 조화를 유지시키는 힘이다. - 리시유의 성 데레사 엄청난 불행을 당한 어느 외국인의 수기 중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그는 두 딸과 아내와 함께 살았는데, 작은딸 은 괴한에게 살해 당하고, 큰딸은 폐렴으로, 그리고 아내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게다가 이 가족의 불행한 죽음이 거의 동시에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가족을 전부 잃은 그였지만 살아야 했다. 그 큰 상 처를 어떻게든 회복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는 우선 가족과 살 던 아파트를 청산하고 다른 도시로 이사를 하는 방법부터 실 천했다. 또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내 서 몰두하려고 애썼으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를..

작은 이야기(2) 2023.10.16